(해외 운동가 기고) 전환의 꽃: 대안적 정의, 지속가능성, 공정함에 대해

민정희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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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 코타리 (인도의 환경운동가, 비영리민간단체   Kalpavriksh의 설립자)


언론에서 전쟁, 갈등, 생태기후재난, 극심한 불평등, 빈부로부터 발생하는 건강위기, 권위주의적 정부, 삶의 숨통을 막는 대기업 행태에 대해 자주 보도할수록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긍정적인 건 희망적 대응방법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지역 및 글로벌 위기를 만들고 증폭하는 구조에 대해 다수가 저항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구조에 맞서기 위해 보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보여주는 근본적 대안의 실천이다.  


인도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의 대안적 체제에 대한 실험들을 통해 총체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우리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감각을 익히는 중이다. 아래 개념은 근본적 대안에 대한 설명으로 전환의 꽃을 피우기 위해 다음 요소들을 기반으로 대안을 서로 연결하고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아래 그림 참조). 


a.  생태적 온전함과 회복력: 자연 및 생태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 자연의 생태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 생태적 한계(지역 및 전세계적으로)를 존중하고 행위에 뒤따르는 생태적 윤리를 고려하는 것. 


b. 사회적 건강과 정의: (육체적, 사회적, 문화적, 영적)으로 삶을 충족하는 것, 공동체와 개인 간의 평등, 공동체와 민족 간의 조화, 신념, 성, 카스트, 계급, 능력에 근거한 분리주의와 계급주의를 타파하는 것. 


c. 직접적 위임민주주의: 모든 구성원이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의사 결정을 시작하는 것,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기관들을 통해 더 큰 단위의 통치를 하는 것, 소외된 사람들의 필요와 권리를 존중하며 이 일을 해나가는 것. 


d. 경제민주주의: 지역사회와 개인이 생산, 유통, 교환, 시장의 수단을 통제하는 것, 기본적인 필요와 이를 기반으로 지역적 무역 원칙을 구축하는 것, 커먼스로 사유재산을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 되도록 하는 것.  


e. 문화적 다양성과 지식 민주주의: 공동체 내 여러 지식 체계가 공존하는 것, 다양한 삶의 방식, 아이디어, 이념을 존중하는 것, 창의성과 혁신을 장려하는 것. 





 

뒷받침 하는 근거사례 


다음은 위의 각 영역에 기반을 두고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 실험에 대한 사례이다. 


근본민주주의: 서아시아와 멕시코의 쿠르드족 로자바와 자파티스타 자치 구역에서는 각각 국가로부터 완전한 지역 자치를 주장했고, 이 지역에 속한 코뮌과 정착촌에 대해 직접적 근본민주주의 또는 민주적 연방주의를 주장했다. 라틴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호주의 많은 지역에서 토착민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결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으며, 앞에 언급된 두 사례처럼 반드시 자치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권이 국가의 정부보다는 자치 단위에 귀속되어 있다. 인도 중부에서는 멘다레카 마을을 시작으로 인근 90여개 마을의 연합체인 코르치 마하 그람사바로 확장하면서 '뭄바이와 델리에서는 정부를 뽑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우리가 정부다'와 같은 구호를 내걸고 스와라지(swaraj) 또는 자치를 주장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크리스티안아의 프리타운 코뮌 또한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지역위원회는 자신들이 모든 도시의 의사결정에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그룹(대표적으로 쿠르드족 로자바족과 사파티스타족)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국가 차원의 인정을 요구하고, 국가의 계획 중 자신들에게 합당한 것을 주장하며, 기업 또는 기타 남용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며, 정부가 제공해야 할 의무(자선이 아닌)를 주장한다. 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타인과 자연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자 동시에 지역 단위의 의사결정을 주장하는 근본적 생태민주주의 또는 에코 스와라지(eco-swaraj)를 구현한다.  


경제적 민주주의: 위에 언급된 모든 것들을 시행하는데에는 경제적 생존과 안보에 필요한 자원을 통제하고 경영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세계 플랫폼인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에 소속된 수백만 소작농의 식량주권운동에서와 같이 땅, 숲, 물, 종자 및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집단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또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에서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산업/수공예에 기반을 둔 생산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유럽과 북미에는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하는 경제를 구축하는 사례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이나 장애인과 같은 소외된 사람들이 존엄한 생계를 유지하면서 비자본주의 기업이 경제 단위로 번창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또한 공간과 지식이 사유화된 커먼즈를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에 속한다.


동시에 경제 민주주의는 대안/공동체 통화체제 및 타임뱅크(time-banking)등을 통해 중앙집권적 통화체제로부터 상대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그 예시로 영국 전역에서는 영국타임뱅크를 통해 화폐의 거래 없이 600만 시간 이상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GDP에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배려와 나눔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과 노인의 경제적 기여를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니트라 넬슨(Anitra Nelson)이 최근 저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대안적이고 탈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넘어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안적 경제 움직임은 GDP와 경제성장률을 개발 지표로 삼는 것에 도전하고, 사람들의 만족도와 행복도와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지역과 연관된 개념들을 사용하는 웰빙 모델과 지표를 제시한다. 부탄의 국민총행복모델은 잘 알려져 있으며(결점도 있지만 여전히 GDP를 탈피하는 대담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핀란드, 아이슬란드, 웨일즈, 스코틀랜드에서 경제 계획에 더 많은 웰빙 지표를 포함하기 위해 웰빙경제정부(WEGO) 파트너십을  구축하였다. 


사회 정의와 평등:  정치적, 경제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주장도 유럽의 극우 운동처럼 편협하고 외국인 혐오적인 요소에 의해 추진되거나 성별, 계급, 카스트, 인종, 능력 등 소외 요소들에 기반한 지역 내 불평등한 관계의 지속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하게 그릇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두 가지 전환의 영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도 달리트(dalit)의 인권 존중, 전 세계 페미니스트 및 LGBTQ+ 투쟁, 미국의 Black Lives Matter 반인종주의 운동과 같이 전통에 근거하였거나 현재 만연하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에서 벗어나 더 많은 평등과 형평성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문화 및 지식의 다양성: 지구의 생명 다양성만큼 위협을 받는 것은 이미 수백 개가 사라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언어 다양성이다. 모국어가 거의 사라진 지역에서는 일부 토착민과 지역사회가 모국어 유지 및 재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라링구아(Terralingua) 그룹은 지구의 목소리 프로젝트(Voice of the Earth projec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움직임들을 기록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인도의 언어학자 가네시 데비(Ganesh Devy)가 창시한 조직 바샤(Bhasha, 힌디어로 언어를 의미)는 인도 전역에서 사용되는 780개 언어가 포함된 인도의 민중 언어조사를 통해 언어의 다양성을 문서화하는 활동을 지원하였다. 


탈식민화(언어, 문화, 요리, 지식, 지도 제작 등등 많은 분야에서 식민/지배자의 억압을 떨치기 위한 시도)도 이러한 시도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정서적으로 또는 실제 사용되었던 지도가 식민지 세력과 국가주의에 의해 없어졌거나 왜곡된 경우, 지역 풍경 및 민족 공동체에 대한 기록을 되찾기 위해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관점에서 지도를 다시 작성하거나 탈식민지 지도제작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통 지식 체계의 중요성과 타당성을 주장하는 운동은 그 자체로 또는 현대 지식 체계와 협력하여 일부 공식 정부나 UN 기관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운동에서 진전을 일궈내는 중이다. 토착민의 생물문화 기후변화 평가회(Indigenous People’s Biocultural Climate Change Assessment)에서는 토착민의 지식을 기반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중요한 분석자료를 구축하였다. 또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에 여러 다양한 지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북극에 있는 식물 보존 프로젝트에서 북극권에 거주하는 토착민과 현대 과학 기관 사이에 이루어진 협력의 사례가 있다. 


생태적 지혜와 회복성: 영토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집단적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운동의 일부 진영에서도 자연 생태계, 야생생물 개체군 및 생물 다양성의 보존 및 복원에 방향을 두고 활동한다. 국제사회 조직인 ICCA 컨소시엄은 생명의 영토에 대한 지역적 관리(Territories of Life)가 매우 하향식이고 비민주적이며 지역 사회를 소외시키는 서구화된 모델 기반의  공식적인 보호방법 보다 더 강력한 보존방법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넓은 의미에서는 민족 공동체가 수천 년 동안 지켜온, 즉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 안에서 삶을 살고, 자연을 인간이 위에 군림하는 피라미드로서가 아니라 생명의 순환고리로 생각하는 방식은 고도로 산업화된 전세계의 지역민들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 결과,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또는 강, 산, 종들과 같은 구성 요소의 권리를 위한 운동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들을 공식적인 법제화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자연 안에서 존중에 기반하여 살아온 많은 토착민이 수천 년 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으로 향하는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다. 


교차성

차별과 소외는 교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종, 카스트, 계급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나 영양가 있는 식품접근이 어렵거나 기타 차별을 겪는 여성일 수록 열악한 업무 환경과 생활 조건에 더욱 심하게 노출된다. 따라서 여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위에 언급된 많은 움직임에는 이 다섯 가지 영역이 교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의도적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 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페루의 파르케 데 라 파파에서 케추아 원주민들은 정치적 자결권, 중요한 경제적 자원에 대한 통제권, 문화 및 영적 전통 문화의 지속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현대적 요소의 일부와 자연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보존방법을 수용하였다. 인도 중부의 코르치 마하 그람사바(Korchi Maha Gramsabha)에서는 여성의 동등한 의사 결정 권리에 대한 주장과 지역 청소년이 외부에서 학업을 하며 자신의 토착 문화에 뿌리를 유지하도록 돕는 시도에서 일부 요소가 교차한다.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에서의 지역 자치는 경제적 자원의 대부분을 공유지(사유 재산 없음)로 보유하는 것, 노동자 협동조합에서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집단적으로 문화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진다. 인도 남부 데칸개발사회에 속한 달릿 여성 농부들은 성별 및 카스트 차별에 도전하며 식량 주권을 위해 투쟁하는 동시에 땅과 씨앗을 존중하는 영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남부 인도에서는 팀박투 그룹(Timbaktu Collective)이 설립한 다라니 농업 및 마케팅협동조합에서는 경제와 생태 영역을 통합하여 유기농 생산에 전념하는 농부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보장해준다.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교차성 운동 영역 중 하나는 생물지역주의(또는 생물문화적 지역주의)다. 전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경계는 자연의 흐름(예: 강 유역을 자르는 국가 경계) 또는 문화적 연결(예: 유목민의 전통적인 경로를 차단하는 철조망과 군대)과 교차하며 차단의 요소가 된다. 이 현상은 특히 남아시아, 아프리카 거의 전역,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지역, 소위 개발된 지역이라고 불리는 영토에 속하는 원주민 영토처럼 식민을 겪은 지역의 경우에 더 심하다. 이런 형태의 중단 및 차단은 생태적, 경제적 및 사회 문화적으로 부정적인 많은 결과를 초래한다. 생물지역주의 운동은 이렇게 형성된 정치적 경계의 조사를 시도하고, 이러한 경계를 넘어 흐름과 연결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정책과 관행을 계획하고 구현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 세이크리드 헤드워터 이니셔티브 (Amazon Sacred Headwaters Initiative)는 에콰도르-페루 국경을 가로지르는 아마존 지역의 대규모 보존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일에 토착민과 시민사회단체를 참여시킨다. 존 레논의 비전인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는 매우 먼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국가를 가르는 국경 또한 인류 역사에 꽤 최근에 등장했으며 국경이 결코 신성 불가침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 가지는 명확하다. 삶은 규격화된 공간, 즉 정부를 구성하거나 기업이 경제를 분할하는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은 일상의 영역과 우리 각자가 속한 다양한 집단 및 자연과 상호 작용하는 영역 간의 다층적 교차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위에서 인용한 비칼프 상감(Vikalp Sangam)의 원칙에도 표현된 바와 같이 이러한 대안적 시도에서 명시해야 할 것은 “인간 행위의 핵심은 국가, 기업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강력한 연대가 가능한 사회적 관심들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정의한 사람들의 집합체인 공동체라는 것이다. 공동체는 고대 마을에서 도시 내 지역, 기관 내 학생조직, 아니면 공통 관심사로 모인 가상의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부엔 비비르(buen vivir), 수막 카사이(sumac kasay), 우분투(ubuntu) 및 ‘나라’와 같이 오랫동안 세계관의 중심 교리를 형성하며 우리 주변의 식물과 동물 종의 삶에까지 확장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내부 문제도 있지만 전체론적 변혁의 지렛대는 이러한 집단을 통해 형성할 수 있다. 


변화의 꽃에서 예상되는 변화는 어렵고 장기적인 투쟁을 포함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일부가 나우스토피아(nowtopias)라고 부르는 곳이 있으며, 플루리버스(Pluriverse)의 지평선에는 더 많은 관행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중이다. 군사-산업-자본주의-국가주의 체제로부터 지속되는 가부장제, 인종주의,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세계가 제기하는 막대한 문제들을 결코 축소하지 않으면서, 이 바늘구멍들은 조금 더 건전하고 나은 세계를 위해 암흑 속 영감을 제시한다. 


(참고: 이 기사의 많은 내용들은  구성은 조금씩 다르나 작가가 작성한 예전 기사들에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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