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플라스틱 신화

민정희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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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신화 >>


황정인 (ICE네트워크 활동가)


제주도에 사는 내 친구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생분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는 수입산 유기농기저귀를 쓰기로 했다. 집 뒷마당에 1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그 곳에 생분해 기저귀를 묻고는 사진을 찍어두었다. 유기물이 무기물로 변하는 과정을 무엇보다 아이와 공유하기 위해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기저귀는 도무지 분해가 되지 않았고, 회사에 이를 문의했다. 회사는 기저귀가 생분해되는 아주 특정한 조건과 환경이 형성되어야 생분해가 가능하다고 해명아닌 해명을 했고, 결국 친구부부는 생분해기저귀를 쓰는 것과 일회용 기저귀를 쓰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씁쓸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가 흔히 재활용 가능성의 여부를 판단할 때 찾는 플라스틱용품의 겉표면에 표기되는 세모모양의 화살표체인은 누가 만들었을까? 환경부? 산림부? 정부산하의 환경연구원? 에너지공단? 알자지라가 만든 다큐(보기)에 의하면 플라스틱 로고는 다름아닌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에 의해 고안되었다. 플라스틱이 다회용품인것처럼 보이게하는 재활용캠페인 역시 기업의 아이디어였다. 플라스틱제품의 소비를 장려하기위해 기업이 시작한 재활용캠페인은 환경운동으로 둔갑한채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플라스틱제품이 재활용되면 환경에 도움이 될거라는 플라스틱의 신화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실천하기 쉬운 환경운동으로 널리 보급되어있다. 


물론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1회 이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2회용품은 1회용품보다 더 환경친화적일까? 결국 플라스틱이 맞이하게 되는 운명은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 흙에, 먼지에 둥둥 떠다니며 영구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할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자리잡게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효율성과 편의성은 생명의 존귀함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올해 11월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국제플라스틱 협약회의가 부산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체인이 생태계에 휘두르는 폭력의 고리를 전지구적으로 끊어내지 않으면 앞으로 감히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큰 피해가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희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플라스틱제품의 윤리적소비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걸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제차원에서의 강력한 규제가 결의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음으로서 그들의 미래가 보호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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