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 참가 보고
개발과 삼림 보호 논쟁의 중심 브라질 벨렝(Belém) 개최

*COP30 의장단과 옵저버 NGO와의 타운홀 미팅 (11월 13일)
ICE네트워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옵저버 NGO로서 11월 10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당사국총회(COP30)에 참가했습니다. 기후운동 연대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소속 민주노총, 플랜1.5, 녹색연합 등에서 활동하는 8명의 활동가들로 COP30 시민사회참가단을 구성했고, ICE도 비상행동 참여단체로서 이 참가단에 함께 했습니다.
회의 개최지인 벨렝은 브라질 북부, 아마존 삼각주의 일부인 과마강(Guama River) 하구에 자리하고 있어 아마존의 중심도시로 불립니다. 또한 도심 곳곳에서 망고나무가 분포하고 있어 망고나무의 도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벨렝은 포르투갈어로 베들레헴(Bethlehem)을 뜻합니다. 약 1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벨렝은 유럽이 아마존 삼각주 지역에 설립한 첫 식민지였습니다.
벨렝은 18세기 이후 목축업이 성행하기 전까지는 설탕 교역의 중심지였고, 19세기 이후 아마존 고무 수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마존 고무 추출은 사양산업이 되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고무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브라질의 주된 산업은 목축업입니다. 특히 브라질산 소고기 수출은 세계시장에서 28%를 점유하며 세계 2위의 수출국입니다. 또한 세계 제1위의 대두(大豆)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브라질의 목축업과 대두 재배는 아마존 삼림 파괴의 주된 요인입니다. 특히, 소 사육은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삼림을 채벌하는 원인입니다(현재 삼림 파괴의 80%). 전 세계적 소고기 수요의 증가와 이에 따른 대두 재배량 증가는 대개 기존 소 방목지에 대두 재배를 확장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소의 방목지를 아마존 삼림의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목축업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며, 이산화탄소 흡수역량을 훼손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가뭄이 장기화되고 산불 발생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축업은 아마존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탄소흡수를 통해서 지구 기후시스템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아마존 열대우림은 이제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되고 있습니다.
목축업에 숲을 빼앗긴 선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나, 매년 브라질에서만 수십여 명의 선주민 운동가들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목축업자들에 의해 고용된 청부살인업자들로부터 피살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기후총회 기간이었던 11월 16일(일요일 새벽) 총기로 무장한 청부살인업자 20명이, 목축업자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저항해온 과라니 카이오와(Guarani Kaiowá) 선주민 마을을 급습해 마을 지도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브라질 룰라(Luiz Inácio Lula da Silva)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중대한 역할이 있음을 부각하는 한편, 아마존의 관문인 벨렝을 활용하여 삼림파괴 방지를 위한 노력을 선보이면서 외교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벨렝에 COP30을 유치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전 세계 열대우림 영구보존 기금(Tropical Forest Forever Facility, TFFF)의 설치와 함께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이러한 제안은 “기업들이 2008년 이후 아마존 지역 가운데 삼림이 채벌된 곳에서 생산된 대두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자발적 “대두 모라토리움(Soybean Moratorium)”을 중단한 방침과 상반되는 조치였습니다. 또한 브라질은 COP30의 협상 의제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제안했지만, 이에 앞선 올해 2월 석유수출국기구+그룹(OPEC+ group)에 가입하면서 연간 석유 추출량을 100만 배럴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지역을 둘러싼 개발(환경파괴)정책과 환경보존 정책 사이에서 어떤 정책이 강조되는지는 누가 정권을 잡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룰라 정권이 삼림 보존에 대한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독재정권 하에서 삼림파괴나 인종차별 등 인권침해 정책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자이르 보우소나로 (Jair Bolsonaro) 전 대통령 집권 시, 삼림 벌채는 거의 150% 증가했으며, 선주민 영토에서 채굴이 진행되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토지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회의장 입구에서 옵저버 NGO활동가들이 진행한 반(反) 이스라엘 집회
화석연료 전환로드맵 등 핵심 의제 합의 못해
정책 이행 COP의 의미 퇴색
파리기후협정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이하 COP)는, 지난해 파리협정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무리했기에, 그동안 협상을 통해서 약속했던 정책의 이행을 본격화할 ‘이행(implementation) COP’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에 대한 합의, 정의로운 전환(재생에너지 전환 등 산업부문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지역사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메커니즘, 개도국을 지원할 기후재원목표 확대 수립 등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아시아 지역 내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고강도 관세 조치), 포플리즘의 부상, 유럽의 재무장이라는 국제정세 등은 국제정치 무대의 우선순위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밀리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파리기후협정에 조인한 전 세계 당사국들은 각각 다른 이해관계가 있는 데다, 한 국가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유엔기후총회의 의사결정 절차도 진전된 합의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유엔기후총회의 최종 결정문(mutirão, 라틴아메리카 투피-과라니(Tupi-Guarani) 선주민 언어에서 유래된 포르투갈어. 공동체 정신으로 공동 목표를 향한 공동의 노력 의미)에 화석연료 전환과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파리협정에서 저지하기로 약속했던 기온상승 1.5도가 지난해 초과했고, 이에 따른 기후재난이 전 세계에서 재앙적 수준으로 전개되는 상황이기에 빠르고 과감하게 화석연료를 줄이고 퇴출하기 위한 이행경로의 수립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80여 개 이상의 당사국들이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지지했음에도 2년 전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총회 결의사항(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을 더 진전시키지 못했는데 이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삼림 파괴 중단 로드맵 협상의 경우, 11월 12일 이해당사자인 아마존 선주민들이 참여를 요구하며 회의장에 난입했는데, 이는 유엔기후총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11월 14일에도 회의장 입구로 들어가다가 무장한 군인들에게 저지당해 입구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번 총회 참석을 위해 아마존 지역에서만 약 3 천여 명의 선주민들이 벨렝에 왔다고 합니다.


* 사진 (위) : 회의장 입구에서 시위하는 선주민들, (아래) 선주민의 회의장 입장을 막기위해 배치된 무장군인
협상회의에 선주민 참여를 배제한 반면, 올해 기후총회에는 1,600 여 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참가해 역대 가장 많은 로비스트들이 COP 회의장 안에서 사이드이벤트, 국별 파빌리온, 각종 부대행사에 참석했고, 심지어 협상회의에 끼어들어 화석연료 관련 논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1,250억 달러의 열대우림 영구보존 기금을 조성해서, 열대우림을 보존하는 국가를 지원하고 수익의 20%를 선주민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옵저버 단체들은 1,250억 달러의 채권을 판매한 수익을 남반구 에너지·광업·인프라·농업기업·산업용 조림 기업들에 대출해, 얻은 이자수익을 북반구 민간투자자부터 먼저 배분하고, 기금이 남을 경우 열대우림 보존 남반구 국가와 선주민에 지원할 것이라며 기금설립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COP30의 의장인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André Corrêa do Lago)는 폐막 회의에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과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을 유엔기후총회 밖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장은 콜롬비아와 네덜란드가 내년 4월 말 콜롬비아 북부 항구도시 산타 마르타(Santa Marta)에서 공동개최할 <정의로운 화석연료전환을 위한 국제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Just 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12월 초 현재까지 덴마크, 케냐, 룩셈부르크, 네팔, 멕시코, 스페인 등 24개국이 이 컨퍼런스 참여를 밝혀, 이 회의가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공동노력을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합의
글로벌 적응목표 이행지표 59개 선정
적응 재원 3배 확대 합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이 최종 결정문에 포함되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전환 메커니즘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 COP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COP 결정문은 역대 가장 강력한 성평등을 비롯한 포괄적인 권리 기반 틀을 담고 있으며, 정의롭고 포용적인 이행경로를 만드는 데 있어 사회적 대화, 양질의 일자리, 교육, 기술 개발, 사회보호 체계 등 사회적·경제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도국의 적응재정 격차가 정의로운 전환에 방해가 됨을 지적하고,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협상문 초안에 담겼던 “청정에너지 기술 공급망 확대와 관련된 사회적·환경적 위험, 특히 핵심 광물의 채굴 및 가공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인정한 문장이 삭제되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광물 산업을 고려해 이 문장의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중국은 핵심 광물 가공 및 정제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국입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이 전 세계 리튬, 코발트, 인산염, 흑연의 70~95%를 가공했습니다.
합의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문서에 포괄적인 권리기반 프레임과 사회경제적 기반구축에 관한 내용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은 ‘국제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 선주민과 여성단체, 국제노총 등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해당사자 그룹(옵저버 NGO)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이 옵저버 단체들은 지난 2년간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에 담을 내용을 “벨렝 액션 메커니즘(Belém Action Mechanism, BAM”)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주로 글로벌 북반구(산업국)를 설득하기 위해 애드보커시 활동을 추진했으며, COP30 회의장 내에서도 피켓팅 시위를 벌였습니다. 세계인구의 80%를 대표하는 개도국 협상그룹 G77+ 중국의 지지 성명 또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합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회의장에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수립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의 시위
앞으로 남은 과제는 위원회 구성 방식, 사무국 지원 형태,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의 공식 참여 여부 등 메커니즘의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UNFCCC 사무국은 당사국과 옵저버 단체들에게 2026년 3월 15일까지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6월 독일 본(Bonn) 회의를 거쳐 마련한 초안을 내년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Antalya)에서 개최될 제31차 유엔기후총회(COP31)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올해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글로벌 적응 목표의 이행을 측정할 지표를 선정했습니다. 당사국 대표단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안된 100개의 지표 중 물, 농업, 보건 분야 59개의 지표를 선정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협상 도중 “적응기금 확대 없이는 적응 이행 어렵다”며 적응 재원의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아 기후위기에 책임이 많지 않은 개도국들은 기후총회 시작 전부터 기후재난의 영향을 줄이는데 필요한 적응재원을 2030년까지 3배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적응 재원 확대는 올해 총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적응 재원 확대 요구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논의과정에서도 제기되어 결국, 최종 결정문에 재원목표 도달 시기를 개도국이 요구한 연도보다 5년 늦춘 2035년까지 3배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준 연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 적응재원 확대를 요구하는 옵저버 단체 활동가들
지난해 유엔기후총회(COP29)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신규재원 조성목표(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Finance, NCQG)’는, 선진국이 공공 자금으로 연간 3천억 달러기금을 조성하여 개도국을 지원하기로 하고, 개도국이 요구했던, 2035년까지 재원규모 연간 1조 3천억 달러의 조성은 선진국의 공공자금 외에도 민간자본, 다자은행을 포함해 조성하기로 합의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회의에서는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행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제공의 책임을 지닌다”는 파리협정 9조 1항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해 차이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개도국은 공공자금 방식으로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선진국은 민간자본, 다자은행의 대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동안 민간자본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은행이 개도국에 제공했던 대출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비양허적인(non-concessional) 방식으로, 개도국의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낳았기에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공자금 형태로 신규 기후재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파리협정 9조 1항에 대한 논의를 위해 대화채널을 2년간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COP 운영방식 개혁 요구
가까스로 다자주의 기사회생시킨 총회
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이 2035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UN에 제출하는 해입니다. 제출 마감은 2025년 2월 10일이었으나 마감을 넘긴 국가들이 많았고, 11월 10일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파리협정 조인국 195개국 가운데 113개국이 감축목표를 제출했습니다.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파리협정이 약속한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서는 2019년 대비 2035년까지 60% 이상 감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13개국이 제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2019년 대비 12%밖에 감축할 수 없습니다.
COP30은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국가들이 제출한 감축목표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속도를 내고 국가적응계획을 지원하기 위해서 ‘글로벌 이행 가속화(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와 ‘벨렝 1.5미션(Belém Mission to 1.5)’기구 출범을 결정했습니다.
올해 COP에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적응 재원 확대 등에서 진전을 보였으나, 다자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COP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COP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개혁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있는 화석연료 산업이 COP에 미치는 영향력, 투명하지 않은 협상과정, 만장일치 방식의 의사결정 과정, 화석연료 산업 기반의 인권 억압적 국가가 COP을 개최하는 문제 등에 대해 개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성명 전문 보기)
COP의 운영방식에 한계가 있음에도 날로 심화되는 기후재난의 영향을 가장 크게 경험하고 있는 개도국에게 COP은 아직 유효하게 인식되고 있는 듯 합니다. 올해 COP에 파견된 대표단 인원 규모가 컸던 국가의 상위 20위 안에 17개 개도국이 포함(*참조: 한국정부 대표단 40여 명)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 점유를 둘러싸고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 550여 명을 파견하여 5위를 차지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개도국 지역사회에 인권침해와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비상행동 시민사회참가단의 활동과 과제
COP30이 개최된 벨렝은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를 개최하기에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서 많은 참가자들이 숙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ICE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참가단 활동가들은 가톨릭 단체 프란치스칸 인터내셔널(Franciscan International)에 연결되었고, 벨렝 도심에 있는 카푸친 수도회에 묵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기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1월 16일 저녁, 수도원에 귀한 손님이 방문했는데,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대교구장(SECAM 의장) 프리돌린 암봉고 베슝(Fridolin Ambongo Besungu) 추기경입니다. 암봉고 추기경은 11월 13일 유엔기후총회에서 진행될 공식행사 참석차 벨렝을 방문했습니다. 프란치스칸 인터내셔널의 활동가에 따르면 COP30 개최 전 암봉고 추기경을 포함한 세 분의 추기경이 기후변화에 관한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서 이윤보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하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함을 강조하였고, 부유국들의 ‘생태적 부채’ 해결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고 합니다.

* 카푸친 수도원을 방문한 암봉고 콩고민주공화국 추기경과 비상행동 시민사회 참가단.
시민사회 참가단은 회의장 안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갖고 한국정부가 발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에 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또한 11월 10일~16일 파라 주립대학에서 열린 민중 정상회의(People’s Summit)에 참가했습니다. 민중정상회의는 전 세계 선주민, 노동자, 사회운동가, 종교인 등 약 1만 명이 참여했고, 기후 상품화·자연 사유화 등 시장 기반 가짜 기후 해법 반대, 남반구가 지고 있는 식민주의적 부채 탕감과 전쟁 중단 촉구 등 기후정의와 사회정의를 위한 정치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 파라 주립대학에서 개최된 민중정상회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김정열 농부가 세계 '소농의 길(Via Campesina)' 일원으로 무대에 오름). 사진 출처: 박항주
11월 15일 민중 정상회의가 주관하는 대규모 기후정의 행진이 진행되었는데 수천여 명의 선주민과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들이 많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엔기후총회에 참석한 옵저버 NGO, 노동조합, 환경운동가 등 행진 참여 인원은 7만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행진과 달리 발언자를 세우는 무대나 본 집회가 없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행진이었습니다. 행진을 마친 11월 15일 오후에는 파라대학에서 민주노총과 브라질 노총이 공동 주관한 정의로운 전환 세션이 있었고, 한국의 비정규직발전노동자협의회와 금속노조, 플랜1.5, ICE네트워크가 발표를 맡아, 한국의 기후운동 현황과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운동, 한국정부의 기후정책 등을 다뤘습니다.



*11월 15일 벨렝 도심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
한편, ICE네트워크는 카푸친수도원에서 함께 묵은 케냐 수녀님으로부터 장기화된 가뭄으로 인해 마사이 선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불안 등 생계 위협과 인도적 위기, 주변 국가로부터 온 기후난민들의 상황을 청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과 연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시민사회 참가단은 12월 10일 워크숍 (주제: COP30 평가와 시사점)을 열고 COP30의 결정 사항 가운데 특히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관련 기후운동 차원의 국내 이행 방안 마련과 더불어 UNFCCC사무국이 요청한 세부 운영방안 제출(2026년 3월 15일까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UNFCCC 등록 옵저버 NGO가 아니더라도 NGO들은 COP의 의제에 대해 의견 제출이 가능하므로 개입이 필요한 경우, 의견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 11월 15일 파라 주립대학에서 열린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세션
이 밖에도 내년 4월 말, 콜롬비아에서 개최될 국제화석연료전환 컨퍼런스에 한국 정부가 참석하도록 시민사회 측에서 제안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COP30은 끝났지만 국내 이행과제와 함께, 내년 회의로 이월된 의제들이 내년 6월 독일 본 회의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모니터링하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입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 참가 보고
개발과 삼림 보호 논쟁의 중심 브라질 벨렝(Belém) 개최
*COP30 의장단과 옵저버 NGO와의 타운홀 미팅 (11월 13일)
ICE네트워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옵저버 NGO로서 11월 10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당사국총회(COP30)에 참가했습니다. 기후운동 연대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소속 민주노총, 플랜1.5, 녹색연합 등에서 활동하는 8명의 활동가들로 COP30 시민사회참가단을 구성했고, ICE도 비상행동 참여단체로서 이 참가단에 함께 했습니다.
회의 개최지인 벨렝은 브라질 북부, 아마존 삼각주의 일부인 과마강(Guama River) 하구에 자리하고 있어 아마존의 중심도시로 불립니다. 또한 도심 곳곳에서 망고나무가 분포하고 있어 망고나무의 도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벨렝은 포르투갈어로 베들레헴(Bethlehem)을 뜻합니다. 약 1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벨렝은 유럽이 아마존 삼각주 지역에 설립한 첫 식민지였습니다.
벨렝은 18세기 이후 목축업이 성행하기 전까지는 설탕 교역의 중심지였고, 19세기 이후 아마존 고무 수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마존 고무 추출은 사양산업이 되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고무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브라질의 주된 산업은 목축업입니다. 특히 브라질산 소고기 수출은 세계시장에서 28%를 점유하며 세계 2위의 수출국입니다. 또한 세계 제1위의 대두(大豆)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브라질의 목축업과 대두 재배는 아마존 삼림 파괴의 주된 요인입니다. 특히, 소 사육은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삼림을 채벌하는 원인입니다(현재 삼림 파괴의 80%). 전 세계적 소고기 수요의 증가와 이에 따른 대두 재배량 증가는 대개 기존 소 방목지에 대두 재배를 확장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소의 방목지를 아마존 삼림의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목축업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며, 이산화탄소 흡수역량을 훼손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가뭄이 장기화되고 산불 발생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축업은 아마존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탄소흡수를 통해서 지구 기후시스템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아마존 열대우림은 이제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되고 있습니다.
목축업에 숲을 빼앗긴 선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나, 매년 브라질에서만 수십여 명의 선주민 운동가들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목축업자들에 의해 고용된 청부살인업자들로부터 피살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기후총회 기간이었던 11월 16일(일요일 새벽) 총기로 무장한 청부살인업자 20명이, 목축업자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저항해온 과라니 카이오와(Guarani Kaiowá) 선주민 마을을 급습해 마을 지도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브라질 룰라(Luiz Inácio Lula da Silva)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중대한 역할이 있음을 부각하는 한편, 아마존의 관문인 벨렝을 활용하여 삼림파괴 방지를 위한 노력을 선보이면서 외교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벨렝에 COP30을 유치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전 세계 열대우림 영구보존 기금(Tropical Forest Forever Facility, TFFF)의 설치와 함께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이러한 제안은 “기업들이 2008년 이후 아마존 지역 가운데 삼림이 채벌된 곳에서 생산된 대두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자발적 “대두 모라토리움(Soybean Moratorium)”을 중단한 방침과 상반되는 조치였습니다. 또한 브라질은 COP30의 협상 의제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제안했지만, 이에 앞선 올해 2월 석유수출국기구+그룹(OPEC+ group)에 가입하면서 연간 석유 추출량을 100만 배럴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지역을 둘러싼 개발(환경파괴)정책과 환경보존 정책 사이에서 어떤 정책이 강조되는지는 누가 정권을 잡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룰라 정권이 삼림 보존에 대한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독재정권 하에서 삼림파괴나 인종차별 등 인권침해 정책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자이르 보우소나로 (Jair Bolsonaro) 전 대통령 집권 시, 삼림 벌채는 거의 150% 증가했으며, 선주민 영토에서 채굴이 진행되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토지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회의장 입구에서 옵저버 NGO활동가들이 진행한 반(反) 이스라엘 집회
화석연료 전환로드맵 등 핵심 의제 합의 못해
정책 이행 COP의 의미 퇴색
파리기후협정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이하 COP)는, 지난해 파리협정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무리했기에, 그동안 협상을 통해서 약속했던 정책의 이행을 본격화할 ‘이행(implementation) COP’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에 대한 합의, 정의로운 전환(재생에너지 전환 등 산업부문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지역사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메커니즘, 개도국을 지원할 기후재원목표 확대 수립 등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아시아 지역 내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고강도 관세 조치), 포플리즘의 부상, 유럽의 재무장이라는 국제정세 등은 국제정치 무대의 우선순위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밀리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파리기후협정에 조인한 전 세계 당사국들은 각각 다른 이해관계가 있는 데다, 한 국가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유엔기후총회의 의사결정 절차도 진전된 합의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유엔기후총회의 최종 결정문(mutirão, 라틴아메리카 투피-과라니(Tupi-Guarani) 선주민 언어에서 유래된 포르투갈어. 공동체 정신으로 공동 목표를 향한 공동의 노력 의미)에 화석연료 전환과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파리협정에서 저지하기로 약속했던 기온상승 1.5도가 지난해 초과했고, 이에 따른 기후재난이 전 세계에서 재앙적 수준으로 전개되는 상황이기에 빠르고 과감하게 화석연료를 줄이고 퇴출하기 위한 이행경로의 수립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80여 개 이상의 당사국들이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지지했음에도 2년 전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총회 결의사항(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을 더 진전시키지 못했는데 이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삼림 파괴 중단 로드맵 협상의 경우, 11월 12일 이해당사자인 아마존 선주민들이 참여를 요구하며 회의장에 난입했는데, 이는 유엔기후총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11월 14일에도 회의장 입구로 들어가다가 무장한 군인들에게 저지당해 입구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번 총회 참석을 위해 아마존 지역에서만 약 3 천여 명의 선주민들이 벨렝에 왔다고 합니다.
* 사진 (위) : 회의장 입구에서 시위하는 선주민들, (아래) 선주민의 회의장 입장을 막기위해 배치된 무장군인
협상회의에 선주민 참여를 배제한 반면, 올해 기후총회에는 1,600 여 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참가해 역대 가장 많은 로비스트들이 COP 회의장 안에서 사이드이벤트, 국별 파빌리온, 각종 부대행사에 참석했고, 심지어 협상회의에 끼어들어 화석연료 관련 논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1,250억 달러의 열대우림 영구보존 기금을 조성해서, 열대우림을 보존하는 국가를 지원하고 수익의 20%를 선주민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옵저버 단체들은 1,250억 달러의 채권을 판매한 수익을 남반구 에너지·광업·인프라·농업기업·산업용 조림 기업들에 대출해, 얻은 이자수익을 북반구 민간투자자부터 먼저 배분하고, 기금이 남을 경우 열대우림 보존 남반구 국가와 선주민에 지원할 것이라며 기금설립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COP30의 의장인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André Corrêa do Lago)는 폐막 회의에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과 삼림파괴 중단 로드맵을 유엔기후총회 밖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장은 콜롬비아와 네덜란드가 내년 4월 말 콜롬비아 북부 항구도시 산타 마르타(Santa Marta)에서 공동개최할 <정의로운 화석연료전환을 위한 국제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Just 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12월 초 현재까지 덴마크, 케냐, 룩셈부르크, 네팔, 멕시코, 스페인 등 24개국이 이 컨퍼런스 참여를 밝혀, 이 회의가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공동노력을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합의
글로벌 적응목표 이행지표 59개 선정
적응 재원 3배 확대 합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이 최종 결정문에 포함되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전환 메커니즘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 COP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COP 결정문은 역대 가장 강력한 성평등을 비롯한 포괄적인 권리 기반 틀을 담고 있으며, 정의롭고 포용적인 이행경로를 만드는 데 있어 사회적 대화, 양질의 일자리, 교육, 기술 개발, 사회보호 체계 등 사회적·경제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도국의 적응재정 격차가 정의로운 전환에 방해가 됨을 지적하고,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협상문 초안에 담겼던 “청정에너지 기술 공급망 확대와 관련된 사회적·환경적 위험, 특히 핵심 광물의 채굴 및 가공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인정한 문장이 삭제되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광물 산업을 고려해 이 문장의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중국은 핵심 광물 가공 및 정제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국입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이 전 세계 리튬, 코발트, 인산염, 흑연의 70~95%를 가공했습니다.
합의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문서에 포괄적인 권리기반 프레임과 사회경제적 기반구축에 관한 내용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은 ‘국제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 선주민과 여성단체, 국제노총 등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해당사자 그룹(옵저버 NGO)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이 옵저버 단체들은 지난 2년간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에 담을 내용을 “벨렝 액션 메커니즘(Belém Action Mechanism, BAM”)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주로 글로벌 북반구(산업국)를 설득하기 위해 애드보커시 활동을 추진했으며, COP30 회의장 내에서도 피켓팅 시위를 벌였습니다. 세계인구의 80%를 대표하는 개도국 협상그룹 G77+ 중국의 지지 성명 또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합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회의장에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수립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의 시위
앞으로 남은 과제는 위원회 구성 방식, 사무국 지원 형태,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의 공식 참여 여부 등 메커니즘의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UNFCCC 사무국은 당사국과 옵저버 단체들에게 2026년 3월 15일까지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6월 독일 본(Bonn) 회의를 거쳐 마련한 초안을 내년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Antalya)에서 개최될 제31차 유엔기후총회(COP31)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올해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글로벌 적응 목표의 이행을 측정할 지표를 선정했습니다. 당사국 대표단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안된 100개의 지표 중 물, 농업, 보건 분야 59개의 지표를 선정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협상 도중 “적응기금 확대 없이는 적응 이행 어렵다”며 적응 재원의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아 기후위기에 책임이 많지 않은 개도국들은 기후총회 시작 전부터 기후재난의 영향을 줄이는데 필요한 적응재원을 2030년까지 3배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적응 재원 확대는 올해 총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적응 재원 확대 요구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논의과정에서도 제기되어 결국, 최종 결정문에 재원목표 도달 시기를 개도국이 요구한 연도보다 5년 늦춘 2035년까지 3배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준 연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 적응재원 확대를 요구하는 옵저버 단체 활동가들
지난해 유엔기후총회(COP29)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신규재원 조성목표(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Finance, NCQG)’는, 선진국이 공공 자금으로 연간 3천억 달러기금을 조성하여 개도국을 지원하기로 하고, 개도국이 요구했던, 2035년까지 재원규모 연간 1조 3천억 달러의 조성은 선진국의 공공자금 외에도 민간자본, 다자은행을 포함해 조성하기로 합의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회의에서는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행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제공의 책임을 지닌다”는 파리협정 9조 1항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해 차이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개도국은 공공자금 방식으로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선진국은 민간자본, 다자은행의 대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동안 민간자본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은행이 개도국에 제공했던 대출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비양허적인(non-concessional) 방식으로, 개도국의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낳았기에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공자금 형태로 신규 기후재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파리협정 9조 1항에 대한 논의를 위해 대화채널을 2년간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COP 운영방식 개혁 요구
가까스로 다자주의 기사회생시킨 총회
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이 2035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UN에 제출하는 해입니다. 제출 마감은 2025년 2월 10일이었으나 마감을 넘긴 국가들이 많았고, 11월 10일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파리협정 조인국 195개국 가운데 113개국이 감축목표를 제출했습니다.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파리협정이 약속한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서는 2019년 대비 2035년까지 60% 이상 감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13개국이 제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2019년 대비 12%밖에 감축할 수 없습니다.
COP30은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국가들이 제출한 감축목표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속도를 내고 국가적응계획을 지원하기 위해서 ‘글로벌 이행 가속화(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와 ‘벨렝 1.5미션(Belém Mission to 1.5)’기구 출범을 결정했습니다.
올해 COP에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적응 재원 확대 등에서 진전을 보였으나, 다자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COP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COP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개혁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있는 화석연료 산업이 COP에 미치는 영향력, 투명하지 않은 협상과정, 만장일치 방식의 의사결정 과정, 화석연료 산업 기반의 인권 억압적 국가가 COP을 개최하는 문제 등에 대해 개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성명 전문 보기)
COP의 운영방식에 한계가 있음에도 날로 심화되는 기후재난의 영향을 가장 크게 경험하고 있는 개도국에게 COP은 아직 유효하게 인식되고 있는 듯 합니다. 올해 COP에 파견된 대표단 인원 규모가 컸던 국가의 상위 20위 안에 17개 개도국이 포함(*참조: 한국정부 대표단 40여 명)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 점유를 둘러싸고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 550여 명을 파견하여 5위를 차지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개도국 지역사회에 인권침해와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비상행동 시민사회참가단의 활동과 과제
COP30이 개최된 벨렝은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를 개최하기에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서 많은 참가자들이 숙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ICE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참가단 활동가들은 가톨릭 단체 프란치스칸 인터내셔널(Franciscan International)에 연결되었고, 벨렝 도심에 있는 카푸친 수도회에 묵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기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1월 16일 저녁, 수도원에 귀한 손님이 방문했는데,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대교구장(SECAM 의장) 프리돌린 암봉고 베슝(Fridolin Ambongo Besungu) 추기경입니다. 암봉고 추기경은 11월 13일 유엔기후총회에서 진행될 공식행사 참석차 벨렝을 방문했습니다. 프란치스칸 인터내셔널의 활동가에 따르면 COP30 개최 전 암봉고 추기경을 포함한 세 분의 추기경이 기후변화에 관한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서 이윤보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하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함을 강조하였고, 부유국들의 ‘생태적 부채’ 해결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고 합니다.
* 카푸친 수도원을 방문한 암봉고 콩고민주공화국 추기경과 비상행동 시민사회 참가단.
시민사회 참가단은 회의장 안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갖고 한국정부가 발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에 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또한 11월 10일~16일 파라 주립대학에서 열린 민중 정상회의(People’s Summit)에 참가했습니다. 민중정상회의는 전 세계 선주민, 노동자, 사회운동가, 종교인 등 약 1만 명이 참여했고, 기후 상품화·자연 사유화 등 시장 기반 가짜 기후 해법 반대, 남반구가 지고 있는 식민주의적 부채 탕감과 전쟁 중단 촉구 등 기후정의와 사회정의를 위한 정치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 파라 주립대학에서 개최된 민중정상회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김정열 농부가 세계 '소농의 길(Via Campesina)' 일원으로 무대에 오름). 사진 출처: 박항주
11월 15일 민중 정상회의가 주관하는 대규모 기후정의 행진이 진행되었는데 수천여 명의 선주민과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들이 많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엔기후총회에 참석한 옵저버 NGO, 노동조합, 환경운동가 등 행진 참여 인원은 7만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행진과 달리 발언자를 세우는 무대나 본 집회가 없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행진이었습니다. 행진을 마친 11월 15일 오후에는 파라대학에서 민주노총과 브라질 노총이 공동 주관한 정의로운 전환 세션이 있었고, 한국의 비정규직발전노동자협의회와 금속노조, 플랜1.5, ICE네트워크가 발표를 맡아, 한국의 기후운동 현황과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운동, 한국정부의 기후정책 등을 다뤘습니다.
*11월 15일 벨렝 도심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
한편, ICE네트워크는 카푸친수도원에서 함께 묵은 케냐 수녀님으로부터 장기화된 가뭄으로 인해 마사이 선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불안 등 생계 위협과 인도적 위기, 주변 국가로부터 온 기후난민들의 상황을 청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과 연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시민사회 참가단은 12월 10일 워크숍 (주제: COP30 평가와 시사점)을 열고 COP30의 결정 사항 가운데 특히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관련 기후운동 차원의 국내 이행 방안 마련과 더불어 UNFCCC사무국이 요청한 세부 운영방안 제출(2026년 3월 15일까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UNFCCC 등록 옵저버 NGO가 아니더라도 NGO들은 COP의 의제에 대해 의견 제출이 가능하므로 개입이 필요한 경우, 의견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 11월 15일 파라 주립대학에서 열린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세션
이 밖에도 내년 4월 말, 콜롬비아에서 개최될 국제화석연료전환 컨퍼런스에 한국 정부가 참석하도록 시민사회 측에서 제안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COP30은 끝났지만 국내 이행과제와 함께, 내년 회의로 이월된 의제들이 내년 6월 독일 본 회의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모니터링하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