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

민정희
2020-04-28
조회수 879

중국과 한국에서는 코로나 19의 기세가 사그라지고 있지만, 유럽과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그 기세를 더 맹렬하게 떨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태라, 인류가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공포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가격전쟁으로 국제유가는 1991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카이드카(주: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요소로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주식시장의 프로그램매매가 5분간 정지됩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선물상품 가격이 코스피 전일 종가에 대비해 5% 이상 등락가가 1분 이상 지속(코스닥은 6% 이상 등락가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됩니다.)와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와 비슷한 제도로, 코스피가 전일 대비 10% 이상 폭락하면 주식거래 및 주식과 관련된 선물, 옵션 매매가 20분간 중단됩니다.)가 발동되면서 세계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가 직면한 이러한 위기 상황이 오히려 기후 비상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견해는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사람들이 석유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전기 자동차와 같은 대안의 매력도가 떨어져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의 파티흐 바이롤(Fatih Birol) 소장 또한 값싼 석유 가격이 전 세계가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관례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정말 값싼 석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것의 의미를 기후위기의 맥락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값싼 석유 가격은 전기차 판매를 위협하는 요소였지만,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전기차는 재래식 자동차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석유 가격이 내려가자 석탄 석유개발 기업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향후 저탄소 기술이나 풍력과 태양열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재고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공포로 인한 경기 침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철강이나 시멘트 같은 탄소 기반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들 사업을 장려한다면 앞으로 몇 달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증할 것입니다.


반대로 정부가 새로운 기후 정책을 제정할 수도 있습니다. 저유가는 최근 몇 년간 증가해 온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거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 충격을 체감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한편, 전 세계가 서로를 향해 상대 국가의 입국을 금지하는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여행업계는 마비 상태입니다. 미국 항공사들은 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긴급 원조를 요청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지원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 민주당 상원 의원 8명은 항공사(또는 크루즈 선반)에 대한 모든 지원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습니다. 로드 아일랜드의 민주당 상원 의원인 쉘든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의원은 이 서한에 서명하면서 만약 항공사와 크루즈 산업에 환경 보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재정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기후변화와 해양 투기를 퇴치할 중요한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결과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는 50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받는 항공사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항공 여행은 점점 더 기후위기를 조장하는 주범이 되고 있고 현재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 미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관광과 여행이 확대되면서 2050년에는 그 배출량이 세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후 전문가들은 입법자들과 납세자들이 이러한 산업을 구제할 방법에는 여러 선택권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 가지 가능한 모델로는 10년 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를 파산으로부터 구제하면서 자동차와 소형 트럭에 관해 더욱 엄격한 연료 규제를 시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의 항공 및 해양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다니엘 러더포드(Daniel Rutherford)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위기가 진정된 후에 항공 여행은 회복되겠지만, 만약 근본적인 현상에 아무런 변화 없이 구제될 경우, 앞으로 몇 년 동안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에 덧붙여, 배출량이 많은 오래된 항공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항공사에 연료 효율 개선을 요구하거나 여행객들이 배출량이 적은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항공사가 배출량을 공개적으로 보고하는 등의 기후 친화적인 구제금융의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폭염과 홍수, 기근과 같은 재난의 증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현재 상태로는 파리 협정에서 요구하는 1.5℃나 2℃ 온도 상승 목표치를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폭풍이 지나간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거라 말합니다. 그것은 건강관리 시스템과 의료체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정치, 문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공중 보건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권위주의적 접근법과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민주주의적 접근 방식입니다. 전자는 전체주의 정권의 탄생과 유지에 악용될 수 있지만, 후자는 공동체 내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여 열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감시 체계가 뒷받침된 전체주의 정권의 폐해를 보아왔고, 이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민주주의라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인류는 지난 100년간 생전에 겪어보지 않은 전염병의 대유행 앞에서 우리는 관례라고 여겼던 삶의 방식이 하나둘씩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취약했었는지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엄청난 규모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증거 앞에서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중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자 우리는 같은 속도로 대응해 왔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급진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 변화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넘는 시스템을 지향해야 합니다.


모든 위기는 때로 기회가 됩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 또한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인식을 깨우고, 공정하고 생태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린 것입니다.


글 / 최선형(ICE네트워크 정책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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